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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이 되어라 (網になれ)

沈んだ百年前の時間を汲み上げれば
わたしの網の上に残ったものはどれだけ
些細なものなのか
百年後に汲み上げれば
その網の上に残ったものはどれだけ
仕方なく
古い記憶だろうか

残骸がひとすじに降り注ぐ。
一茎の腕を広げ
網になれたら

なれたらなれ
網になれ
あの子たちを救える網になれ
このぬかるみの
網が
いらなくなるときまで


그물이 되어라

저 아래 가라앉은 백년 전의 시간을 퍼올릴 수 있다면
나의 그물 위에 남은 것은 얼마나
사소한 것일까
백년 후에 퍼올릴 수 있다면
그 그물 위에 남은 것은 얼마나
소용없고
낡은 기억이려나

잔해들이 한 줄기로 쏟아진다
한 줄기의 팔을 벌려
그물이 될 수 있다면

될수 있다면 되어
그물이 되어
그 애들을 구할 수 있는 그물이 되어
이 진창의
그물이
필요없어 질 때까지

강신자姜信子선생에게『被災物』출간 기념 및 백년예능제百年芸能祭에 초대되어 센가와仙川에 갔다.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나는 가장 앞자리의 소파를 끌어 만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미야기현의 리아스 아크 미술관의 관장과 강신자 선생이 온라인 워크숍의 형식으로 대담을 나누었고, 하얀 벽면과 선생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내가 이 곳에 와 하려고 했던 질문들은 모두 잊어버렸고 오히려 그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아야만 했던 기분이다. 리아스 아크 미술관リアス・アーク美術館은 동일본대지진東日本大震災 이후 남은 피재물들을 전시한다. 이번에 출간 될 『被災物──モノ語りは増殖する』은 피재물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기록물일 것이다. '손때가 묻다'라는 한국 말이 있는데, 그것은 생활의 흔적이 묻어 더러운 것에만 붙는 말이 아니라, 하염없이 어루어 만져 그 주인의 '애착'이 들어 있는 물건을 일컬을 때도 쓰인다. 그 피재물들은 주인을 잃는 순간 생명을 잃었으나, 그것들을 늘여 놓고 거기에 놓인 기억들을 들여다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시 새로운 생명이 불어넣어진다. 그래서 기억하는 일의 중압감은 대단하다. 한번 담지 하기 시작하면 이제 내 몸은 무엇인가를 '기억하기 위한 몸'으로 탈바꿈 된다. 꾸준히 기려야 하고 불어오는 바람 한 결에도 무언가를 떠올려야 한다. 

대담이 있은 후에 관객들에게 색지가 쥐어 졌다. 각자 그 피재물들을 보고 느낀 바, 혹은 자신의 기억을 써서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나는 한쪽 벽면에 걸린 피재물들의 사진과 글귀들도 보았지만 그것들을 걸어놓은  하얗고 촘촘한 그물에 먼저 압도되었다.
그물은 시간이 지날 수록 구멍이 넓어져, 결국에는 가장 커다란 것 밖에 건져내지 못한다.
그물은 진흙탕 속에서도 필요한 것들을 건져 올린다.
그물은 격자무늬이다. 가로선과 세로선이 만나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물은 스스로 엉키어도 그물이다. 기억하는 입장이 된 그물의 말을 들어야 할 때이다.
10주년이 되고 나서야 겨우, 처음으로, 세월호 아이들에 대해 썼다. 긴 글은 무리였다.
동일본대지진이라는 커다란 자연재해와, 그 이전과 이후의 백년을 말하는 관객들에게 내 글과 낭독은 얼마나 뜬금 없는 고백이었을까. 그러나 나를 등떠미는 기억의 힘을 이길 재간이 없었다.

그 커다란 배를, 그 원을, 그 한을 건지기 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도해야 했었나.
나를 '기억하는 몸'으로 만든 아이들. 2014년 4월 16일 이전의 삶을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게 만든 아이들. 그 몸이 된 대가로 나는 어른이 되었다. 당신의 신발 한 쪽, 당신의 머리핀 하나, 당신의 말 한마디라도 더 건져 올릴 수 있도록 그물이 되고 싶다. 다만 한 줄이라도 더 촘촘한 그물이 되고 싶다. 10년이 늦었지만 처음으로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다. 

202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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