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사람이 죽은 것 같다. 隣人が亡くなったみたいだ。
옆집 사람이 죽은 것 같다. 한 번도 마주친 적은 없었다. 우연히라도 마주칠 법하고, 일부러라도 피할 법도 한데, 그런 일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방 밖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밤 늦게 들어가서 아침 일찍 나오는 나의 생활 방식과 정확히 빗나가는 방식의 삶을 살았거나. 여하튼 옆집 사람이 죽은 것 같다. 정말 죽은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니 이유도 모르겠다. 아침 운동에 다녀오는 길에 옆집 문이 열려 있었고 그 틈으로 업자 여럿이 무엇인가 대화를 하며 서 있기에, 여하튼 나는 그쪽을 보지도 않고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는 것 이상으로 더는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둘러 들어오는 순간에 맨션 복도에 퍼져 있던 가스 냄새랄지, 용접소에서나 나는 냄새 같은 것을 기억한다. 이사를 가려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옆집 사람은 애연가였다. 나도 담배를 피우는 입장에서 그를 미워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화분이 다 죽은 줄도 모르고 물을 주려고 베란다로 나가거나, 빨래를 널기 위해 나가 있는 동안에, 옆집의 샷시가 아주 느리고 조심스럽게 여닫히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 옆집 사람은 그렇게 하면 자신이 창문을 여는 소리를 아무도 못들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나는 이유 없이 옆집 사람을 미워했다. 단순히 우연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베란다에 나올 때마다 조심스럽게 창문을 여는 소리가 건너오면, 혹여 내가 나와 있는 것을 알고 일부러 같은 타이밍에 나와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먼저였다. 그렇게 나와서 담배를 피우면 연초의 담배연기가 건너오는데, 이제 널린 빨래에 담배 연기가 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쾌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괜한 의심인 것을 알고 있었고, 도리어 괜한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러니까 나를 이렇게 만든 모든 경험과 이야기들이 미워지기도 했다.
아무튼 옆집 사람이 죽은 것 같다. 학교에 가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는 순간에, 현관에 서자 아직도 복도에서 여러 명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들이 얼른 내 집 앞을 지나가길 바랐다. 이 집에 사람이 살고, 이 집에 여자가 살고, 이 집에 사람이 혼자 살고, 이 집에서 살던 사람이 지금은 외출을 하고, 뭐 그런 것들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었다. 현관 앞에서 잠시 서서 복도가 비워 지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외시경을 들여다 보아도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문을 열고 나갔다. 여전히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케이블과 물건이 옆집 앞에 놓여있었다. 어떤 것은 다친 사람을 실어 나가는 들 것처럼 생겼지만 쿠션도 없고 평상시 보아왔던 것과는 좀 다른 모양새였다. 그러다 계단을 내려가려고 할 때, 업자들 중 누군가가 놓아둔 백팩과 목장갑과 그 밑에 깔린 종이가 보였다. 나는 내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두 계단을 올라 종이에 쓰인 글자를 확인했다. 사체, 옮기기, 순서, 같은 단어들과 무언가 알기 쉽게 순서를 매겨 놓은 말풍선들이 있었다. 다시 돌아봤다. 이제 가스냄새나 용접소 냄새 같은 것은 나지 않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조금 더 들여보아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 누군가 나오는 것 같았고 나는 어째서인지 더이상 그 곳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리나케 건물을 빠져나오면서 생각한 것이다. 옆집 사람이 죽은 것 같다고. 나는 거기에 누가 사는지는 몰랐지만, 누군가는 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일 것이다. 일주일에 두어 번,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갈 때면 언제나 그쪽에서도 열리던, 하지만 찜찜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열리던 그 문소리. 라이터를 켜는 소리, 담배냄새. 어느 날은 잘 마른 빨래를 개다가 속옷 몇 장이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없어 졌는 지는 여전히 알 수 없으나, 그 기분이 어찌나 명확하던지. 불안했고, 그날 이후 한 번은 베란다 밖에 알 수 없는 남자가 우두커니 선 실루엣을 보는 꿈까지 꾸어야 했다. 그때 옆집 사람은 용의 선상에 가장 먼저 올라 있었다. 물론 직접 물어볼 수도 없었고 신고를 할 수도 없었으며, 어디까지나 나의 심증만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맨션의 2층, 인적 드문 골목을 마주하고 있으니 외부에서 벽을 타고 훔쳐갔을 수 있다는 생각보다 더 먼저, 옆집 사람을 의심했다.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지만, 이 맨션에 사는 다른 어떤 누구보다 선명한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여기에 사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다는 내 마음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그렇게 한 사람을 미워했다. 속옷을 집 안에 널어 놓는 버릇을 들이고 작은 방범카메라도 설치하면서 이제는 그런 불안감은 없어졌다. 나쁜 일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따뜻한 날에는 환기시키는 것을 좋아해 창문을 열어 놓는데, 이제 담배연기보다 가스 냄새나 용접소 냄새가 날 것 같다.
옆집 사람이 죽은 것 같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나는 좋은 이웃이 아니었다.
(202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