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L, BEMANI, & esports
BEMANI PRO LEAGUE SEASON 4 DanceDanceRevolution 부문에서 KONAMI는 현장 사전 생중계 시청권 판매 방식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결정합니다.
"DDR을 플레이하지 않으면 사전 생중계를 볼 수 없다."
저는 몇번이고 BPL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했지만, 게임플레이 이외에 사전 생중계를 볼 방법은 없었습니다. DDR GRAND PRIX의 팩을 구입하면 포인트가 쌓이긴 하지만, 결국 직접 DDR을 플레이해야만 사전 생중계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서, 저는 원래 note에 쓰려고 했던 BPL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일단 다 접어두고, 당장 생각나는 이야기만 간략하게 써서 현재 BPL과 BEMANI 그리고 esports에 대해서 KONAMI는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생각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쓰다보니 내용이 조금 두서없을 수도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물론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단순 한명의 리듬게임 팬이자 esports 팬이며, 제가 생각하는 내용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내용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 응어러져있던 묘한 답답함에 대해서 한번 정도는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BEMANI와 BPL에 관해서 여러가지 의견을 공유하는게 좋다고 항상 생각하고,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생중계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
BEMANI PRO LEAGUE는 매 시즌 생중계 티켓을 판매해왔습니다. SEASON 2부터는 결승전 한정으로 생중계 티켓을 판매했고, SEASON 3부터는 레귤러 스테이지도 사전 녹화 과정을 생중계 티켓 판매를 통해 먼저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중계 티켓 유상 판매, 저는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e스포츠가 무료로 접할 수 있다는 건 일단 빼놓구요. 그런데 지금과 같은 방식이 옳은 방식인가? 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조금 의문이 생깁니다.
일단 "가격이 부담스럽다"라는 점을 먼저 얘기하고 싶습니다. 일단 BEMANI시리즈는 아케이드 리듬게임이고, 모바일/PC 플랫폼 리듬게임과는 다르게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갑니다. 당장 일주일에 한번 가서, 2만원정도 쓴다고 하면 한달에 8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BPL 시청을 위해서 5만원 이상의 금액을 써라? 선듯 금액을 지불하기가 꺼려집니다. 리듬게임 주요 향유층이 경제력이 부족한 10대~20대인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거기다 구매한다고 딱히 큰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타 e스포츠 게임이 대회 시청 시 드롭스 제공, 인게임 아이템 제공 등의 방식을 통해 연결성을 높여 뷰어십(Viewership)을 높이려는 것을 보면, BPL은 그런 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번 SEASON 4 DDR의 경우 게임플레이를 통해 시청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저는 이러한 방식 자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쌩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플레이와 동시에 시청권을 얻을 수 있고, 코나미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인컴이 늘어나도록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역시 가격 설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달 남짓한 기간에 제일 비싼 스타트 기준 최소 55판 플레이를 해야하는 것은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너무 가혹한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특히 저처럼 BPL 자체에 관심은 크지만, DDR은 잘 플레이하지 않는 경우 먼저 보고싶었어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백번 양보해서, "이정도 가격이 아니면 도저히 리그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 라고 한다면, 적어도 DJ공연과 대회 자체의 티켓을 나누어서 팔아주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BEMANI는 리듬 게임이고, 좋은 음악도 정말 많습니다만, 둘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회는 관심 없고 DJ공연이 좋은 사람, DJ공연은 굳이 보지 않아도 되지만 BPL 대회 자체에 팬인 사람도 있으니까요.
2.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이 "생중계 티켓 판매"의 문제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생중계가 "선행 생중계"이다 보니, 돈을 지불하고 본 사람들과 지불하지 않고 기다린 후에 본 사람들이 나뉘어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일단 "시청자층이 나뉘게 된다"는 부분에서, 제일 먼저 발생하는 문제점은 역시 "커뮤니티에서의 반응"입니다. 먼저 본 사람들은 당연히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반응을 업로드 합니다. 선행 방송은 별도 플랫폼에서 이루어지고 그쪽에서의 채팅도 별개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돈을 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즐기는게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분명 2021시즌에서는 다같이 보고 다같이 즐겼는데, 이제는 반쪽짜리로 즐길 수 밖에 없게된 것입니다.
물론 저의 경우 e스포츠를 즐기는 묘미가 실시간성, 그리고 커뮤니티와 채팅에서의 반응이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는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부분을 중요시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이런 현상은 BPL 자체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제목을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라고 했죠. 현재 BPL 무료 중계의 유튜브 시청자 수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선행 유료 생중계가 있기 전보다 체감상 1/2~1/3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느껴집니다. 이유는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선행 중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본 사람이 다시 방송을 볼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또 결과는 이미 나와있으니, 보려고 했던 사람도 "어 이미 결과는 나왔네? 굳이 안봐도 되겠다!"라고 하면서 보려고 했던 마음을 접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팬들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가면 되지만, 팬이 아닌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껴질까요. 10000명이 넘게 방송을 보던 대회에서 3000명이 보는 대회가 되었다면, 비 BPL 시청자층과 비 리듬게임 팬 입장에서 관심도는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Vtuber를 예시로 들어보죠. 여러분이 만약 Vtuber를 보려고 하는데, 30000명이 보는 방송과 3000명이 보는 방송이 있다면, 어느쪽에 먼저 손이 가실 것 같나요?
여러 e스포츠, 아니 e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일반 스포츠들도 앞서 말했던 "뷰어십"에 목숨을 거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Twitch에 들어가서 시청자 순으로 정렬을 해보면, 적게는 2만명부터 무려 30만명이 보는 e스포츠 대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니 30만명이 본다고? 대체 뭐길래?"하면서 한번 정도는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당장 저도 그런식으로 보기 시작한 e스포츠 종목들이 여러개 있습니다.
이러한 뷰어십에 가장 목숨을 거는 회사가 바로 Riot입니다. Riot은 정말 극단적인 방법이더라도 뷰어십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꺼리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예시를 들자면
경기 수를 줄여서 한 경기의 집중도를 올린다. (많은 경기를 보고 싶은 열성 팬이나 실전 경기를 꾸준히 많이 뛰고 싶은 선수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오지만 신경쓰지 않음.)
큰 경기는 일정이 늘어지더라도 무조건 주말에 잡는다. (선수들이 실전 경기를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져 감각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신경쓰지 않음.)
동시에 여러 경기 진행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하루에 8시간이 넘게 중계 일정이 잡히지만 신경쓰지 않음.)
이런 식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의견을 묵살하면서까지 뷰어십을 높이는 데는, 그로 인한 유입 효과와,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스폰서" 때문입니다. 시청층이 많아진다는 것은 즉 대회 자체의 규모 자체가 크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또 시청층이 많아진다는 것은 광고와 홍보에서도 중요한 "노출수"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관심도도 커지게 되겠죠.
리그 입장에서나, 팀 입장에서는 스폰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론 BPL은 레드불 스폰서도 있고, 각 팀들도 크진 않지만 각자 스폰서를 가지고 있긴 합니다. 다만 레드불은 e스포츠에 애초에 많은 투자를 감행하는 회사이기도 하고, 레드불 외에 다른 스폰서가 전혀 붙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타 회사들이 투자할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겠죠. 이렇게 리그와 팀 개인 입장에서 결국 스폰서를 물어오지 못한다는 것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과 다른게 없기 때문에, 결국 BPL이 불안정하다는 이야기가 매년 나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BPL이 외부적으로 보이는 시청자 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BPL이 추가적인 스폰서를 받지 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BPL이 그 규모가 커지지 못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리듬게임이라는 게임 자체가 대회로써 이용될 때의 한계점도 분명 존재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언급한 BPL의 시청자 상황이 절대적으로 괜찮은거냐고 하면 저는 NO라고 생각합니다.
3. BPL이 아니라 BEMANI
그럼 대체 왜, BPL은 시청자수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선행 중계권 판매를 감행하는 것인가. 결국 결론은 여기에 다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e스포츠로 수익이 나지 않았다."
엄격하게 계산기를 두들기는 것으로 유명한 KONAMI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e스포츠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스포츠의 목적과 e스포츠의 목적은 엄연히 다릅니다. 스포츠에서 중요시 되는 것 중에 하나가 "관중 수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도록 룰을 변경하고, 그러한 경기를 보면서 경기장으로 찾아들게 만들고, 티켓을 팔아 수익을 얻는다. 스포츠가 먹고 사는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e스포츠는? e스포츠는 가장 첫번째 목적이 바로 "게임으로의 유입"입니다. 이는 스포츠와는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e스포츠 대회를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돈을 쓰게 된다. 이게 가능한 것은, 운동과 게임은 접근성 자체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e스포츠는 규모적 차이로 인해 경기장 티켓 수익으로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에 반해 게임은 접근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대회를 보자마자 그냥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KONAMI도 결국 "BPL로 무엇을 원했을까?"라고 한다면 당연히 유저층의 증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BPL을 많은 게이머들이 시청하고, BEMANI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많은 일반 게이머들이 BEMANI를 플레이하게 된다. 저는 여기에는 절대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KONAMI가 BPL을 개최하기로 한 이런 결정이 대단하다고 까지 여겨집니다. BEMANI의 규모 자체도 그렇게까지 크지 않고, e스포츠라는게, 절대 쉽지 않고 신경 쓸 부분이 정말로 많으니까요.
KONAMI 입장에서는 BPL이 BEMANI의 재부흥을 위한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겠죠. 그런데 생각보다 유저층도 크게 안늘고, BPL 시청자 수도 기대보다 나오지 않으면서 BPL 자체의 수익을 내는 것도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유료로 선행 시청 티켓을 판매하니, 그럼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BPL 개최로 인한 손해를, 팬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저는 많은 e스포츠의 부흥과 몰락을 지켜보았습니다. 특히 몰락한 e스포츠들은 더 눈에 띄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각 종목 별로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결국 공통적인 이유는 "게임 자체에 문제가 있다"였습니다. 즉, e스포츠 이전에 게임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때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넘봤던 OVERWATCH는, 새로운 영웅 출시 지연, 망해버린 밸런스, 진전이 없는 스토리 등의 이유로 게임 자체의 인기가 점점 떨어져갔습니다. 게임 자체의 운영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e스포츠도 결국 휘청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먼저 밸런스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게임의 양상이 변하지 않았던 데다가, 이런 메타 자체도 최악의 시청 경험을 주었기에 e스포츠 자체의 인기도 떨어지고, e스포츠 운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럼 BEMANI는 어떨까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BEMANI는 운영 상에는 큰 결함은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도 잘 서비스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건 20년 넘게 이어져온 BEMANI와 KONAMI에 적응해버린 사람들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리듬게임 자체가 콘크리트층이 단단한 게임이고, 대체제가 없어 10년 20년 넘게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유저 수의 방어가 잘 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10대~20대 신진 리듬게임 유저층 중 적지 않은 수 가 "BEMANI는 낡았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조선시대 게임, 일본으로 따지면 쇼와시대 게임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당장 IIDX정도만 떠오르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아직도 폭사가 존재한다.
STANDARD는 같은 곡을 연속해서 플레이 하지 못한다.
스코어가 다음 작품에 인계되지 않는다.
설정해야할 것은 너무 많은데, 선곡 시간이 너무 짧다.
튜토리얼도 흰 노트는 흰버튼, 검은 노트는 검은버튼 정도 수준밖에 안된다.
그래서 처음 플레이 하는 유저는 당장 손배치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다.
곡 탐색 및 설정 방법도 안알려줘서 원하는 곡을 고르기도 어렵다.
처음엔 ASSIST EASY 게이지로 설정하는게 제일 좋다는 것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시스템적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유입되는 유저들의 잔류율이 전혀 높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BEMANI는 너무 어려운 게임이다, 너무 불편한 게임이다라는 인상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종합해서 이야기 하자면,
BEMANI PRO LEAGUE로 새로운 유저들이 BEMANI를 시도한다.
플레이하지만 불편한 시스템으로 떨어져나가는 유저 비율이 훨씬 높다.
BPL로 게임 인컴의 큰 증가가 없다 & BPL 자체 수익이 나지 않는다.
KONAMI는 여기서 "콘크리트 팬들에게 수익을 뽑아내자"
여러 가지 단점을 감수하고 선행 티켓 판매로 당장의 수익을 얻는다.
아무리 BPL로 시청자를 끌어모아도, 라이센스 곡으로 이목을 끌어도, Vtuber 콜라보를 해도, 게임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일시적일 뿐입니다. 저도 BEMANI로 아케이드 리듬게임에 입문했지만, 지금 당장 새로운 게이머에게 어떤 게임으로 아케이드 리듬게임에 입문할지 추천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SEGA 리듬게임을 고를 것입니다. 그만큼 지금의 BEMANI가 과거의 영광만 남아버린 데에는, 가장 중요한 체질 개선 부분에 신경 쓰지 않는 것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대의 리듬게임은 퀄리티와 시스템 측면의 최소 상한선이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BPL 이전에 BEMANI에 위기가 올 가능성도 낮지 않습니다. 다시한번, 중요한건 게임 그 자체입니다.
4. 그래도 BPL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BEMANI 유저들 입장에서 사실 BPL은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대전이나 팀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리듬게임을 하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유저들이 대전 형식의 e스포츠 대회에 큰 관심을 가지게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BPL이 당장 폐지되더라도 큰 신경을 쓰지 않을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위와 더불어 위기의 시그널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다는 것도 많은 팬과 선수들을 불안하게 하기도 합니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스타 선수의 이탈입니다. 다음 시즌(없을지도 모르지만)에 KKM*, PEACE, MIKAMO와 같은 실력적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선수들의 이탈은, 당장 다음 시즌의 뷰어십에 그대로 나타날 것입니다.
e스포츠는 팀 팬보다, 개인의 팬이 더 많은 구조입니다. 2021시즌 DOLCE. 선수가 활약한 이후, SEASON 2부터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그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 것처럼요. 좋은 활약을 보이던 선수들이, 그것도 커리어와 폼이 최절정인 상태에서 은퇴한다는 것은, 리그 자체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하기도 힘듭니다. 과연 KONAMI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참가하는 선수들 모두 프로입니다. 팀 스태프들도 모두 프로입니다. 참가하는 DJ들도 모두 프로입니다. 하지만 KONAMI는 e스포츠 운영에서 프로인가, 라고 물으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를 칭하고 있지만, 프로의 껍데기만 쓰고 있을 뿐 토대는 바르지 못하다는 것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BPL은 단순히 홍보 용도와 수익 용도로 사용될 뿐이고, 선수와 팀과 팬의 의견은 뒷전일 뿐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게임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로, KONAMI는 BPL을 e스포츠로서 게임을 누구보다도 더 많이 열심히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또 하나의 수익 창출 요소로 그 자체로만 바라본다면, 팬과 선수들, 그리고 팀과 기업이 지쳐 떠나는 것도 먼 미래가 아닙니다.
당장 폐지해도 이상하지 않은 BPL이지만, 그럼에도 BPL의 팬은 존재합니다. 아직 위기론을 제기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저 혼자서 호들갑떠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리듬게임으로 이정도 규모의 e스포츠는 역사상 처음입니다. 물론 BPL이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재밌는 포맷의 대회는 아닙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직접 명장면을 만들어내면서 스스로 그 존재의 가치를 계속해서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리듬게임으로 하는 e스포츠가 이 정도의 재미를 선사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래도 BPL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BPL의 티켓 판매 현황과 BEMANI 자체의 체질 개선 필요성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해서 BPL 자체의 좋은 부분과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 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